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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단평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익현이란 캐릭터 자체는 사실 별 보잘 것 없는 중년 남성입니다. 적당 적당히 뇌물받고 밀수품 빼돌리며 살아가고, 비좁은 단칸방에서 집안 서열이란 체면에 없는 돈 다 끌어다주는 그는 무능한 가부장의 표본입니다. 

  그런 그가 범죄세계에 자신의 세력을 만드는 방법은 건달들의 세계관보다는 가부장적 세계관에 더 가깝습니다. 혈연을 이용한 인맥 이용이죠. 최익현이 범죄세계에 발을 담그게 된 것도 먼 조카인 최형배와의 만남에서 시작되었고, 그와의 서열도 역시 인맥을 통해서 형성됩니다. 그가 각종 이권을 챙기는 것, 공권력을 피하는 방법 역시 같은 방법이죠. 최씨 집안 10촌 조카를 통해서 법집행도 피하고 그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힘인 혈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 물론 그건 조검사의 등장으로 무너져버리지만 말이지요.

물론 최익현은 건달의 그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수세에 몰려도 이빨을 드러내는 김판호나 최형배와는 달리 최익현은 속물적입니다. 극중 내내 그가 보여주는 당당한 모습은 자기자신 보단 최형배와 부장검사 같은 "빽"이 있으므로 유지가 되는 겁니다. 물론 그 때문에 서열 상 자기 아래로 여겨졌던 최형배와 그의 부하가 그에게 폭력을 행사했을 때 그는 아무 말도 못하는 거죠. 최익현이 당당할 때는 그가 권력자와 함께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는 야쿠자가 선물로 준 권총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조검사한테 맞아도 아무 말도 못하는 거지요.

<범죄와의 전쟁>은 마틴 스콜세지의 1990년 작 <좋은 친구들>과 오버랩 됩니다. 물론 두 작품에서 그 우정의 시작은 성격이 좀 다릅니만 극에서 보여주는 의리로 뭉친 주인공들의 관계는 실상 이득과 생존이라는 삶 앞에서 그대로 무너져버리니 말입니다.


원래 트위터로 짤막하게 쓰려고 했는데 어찌보니 길어졌군요.
개인적인 평점 - ★★★★☆

by 렌덮밥 | 2012/03/04 22:19 | 기록하고 싶은, 해야 하는 것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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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영화중독자 칼슈레이 :.. at 2012/03/05 08:07
Commented by Bory at 2012/03/05 09:36
건달세계 들어가기 전에도 무능한 가부장은 아니었죠. 건달 들어가고 나서 특별히 유능해진(? 물질적 면에선) 거 뿐이지.
박봉 공무원 벌이로 떡고물 적당히 묻여가면서(그땐 그런게 관행이고 보통이었음다.) 줄줄이 딸린 처자식 먹여살리려 기를 쓰는, 좀 속물적이지만 뇌물이나 삥땅이 관행이던 당시로선 보통 가부장일 뿐이고, 감독도 그런 입장에서 캐릭터를 묘사한거구요.
그걸 두고 무능한 가부장의 표본이라 폄하한다면 그 시대 소시민 아버지들 절반 이상은 다 해당될텐데 말임다..
님 보기에 주거환경이 많이 구질구질해 보여도 님하가 80년 초를 아신다면, 그거 좀 가난할 뿐이지 그렇게 극빈한 수준도 아님다. 요즘 주거기준과 그 당시 주거기준은 많이 다르고 서울과 지방이 또 다르고 말임. 게다 부산은 피난촌으로 거대화된 도시인지라 어딜가도 달동네 스타일이 보통이었음.
그리고 그 정도의 허세는 울아버지 세대라면 조금씩 다 갖고 있습니다. 솔직히 집안의 장남이 여동생 결혼에 그쯤 건사해야 체면 선다는 의식은 장남이 가족사에 쪼잔하게(실속있게) 구는걸 죄악처럼 여기는 당시 경상도 특히 부산지방 남자라면 더하니까 말임..
요즘 시선으로야 그의 행태가 무능한 거 맞겠지만 이 영화는 당시 시선으로 캐릭을 봐줘야 공정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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