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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텍스트



  내가 다니는 모 커뮤니티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썼던 글.
  오늘 2시30분 즈음에 한 회원분이 아이들 논술 수업에 쓸 주제가 '양심적 병역거부'라서 게시판에서 잠깐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했었다. 그 글을 본건 학교 정보열람실이고.
  학교에서 집에 왔더니 3시 30분. 글을 쓰고보니 5시. 어느세 게시판은 또 다시 뻘글로 넘쳐났고, 그 많은 글 들 중에 내 글에만 답글이 달리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복잡한걸 싫어한 나머지, 긴 글마저 안 읽게 되는 것 같다.
  왠지 슬퍼졌다. 




  우리나라에서 병역의무에 대한 집착은 상당히 과도하죠. 아무리 봐도 군인으로서 신체적,정신적조건이 미달인 경우에도 어떻게 해서든 군대에 보내려고 하고, 대체 복무제도에 대한 논의 자체도 비애국적인 주장이라 무시되기 십상이고,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대체복무제도로 인정받는 공익근무요원과 방위 산업체 근무요원들도 반드시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군국주의국가라는 의견이 나와도 반박하기 힘들긴 합니다. 2차대전 때 나치독일과 구 소련이 후방의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군사훈련을 받게 한 적은 없거든요. 그렇지만 이런 이상한 시스템에 익숙한게 대한민국 사회고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논의 자체가 터부 되는게 당연한 걸지도 모릅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그러니까 전쟁의 위험을 늘 안고 살기에 양심적 병역거부란 일이 그야말로 배부른 소리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를 본다면 전혀 배부른 소리는 아닙니다. 독일은 1960년대, 그러니까 서독시절부터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했고 대부분 서유럽국가들도 그 즈음에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고 결국 허용하게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서유럽? 그 동네는 졸라 잘먹고 잘살던 동네잖아. 게다가 독일은 분단된 후에도 교류가 있었잖아? 그런데 전쟁발발 가능성과 그 파급은 서유럽 국가들이 더 심했습니다. 냉전시대 NATO의 전략을 봐더라도 공산국가와의 전면전은 주로 서유럽에서 일어날 확률이 높았고 마찰도 확실히 잦았습니다.  핵무기 배치니, 소련의 기갑웨이브니 하는 것도 다 서유럽국가들에 염두해 둔거죠. 자유진영이나 공산진영이나, 우리나라? 한국전쟁 일어나기 전엔 에치슨 라인에서 제외될 정도로 안중에도 없었던 나라에서 무슨 3차대전 발발을 논해요. 그럼 김신조 사건처럼 무장공비의 침투는 어떻게 하냐? 이야기가 좀 새겠지만 프랑스의 경우 샤를 드골의 집권시기, 드골 대통령의 암살시도는 수차례도 아니고 수십차례나 일어났었습니다. 한번은 대낮에 차량이동을 하던 도중 기관단총 세례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파리 한가운데서. 소설의 소재로 쓰일정도로 유명했죠, 이사건은. 여튼, 이럼에도 불구하고 서유럽국가들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사회 전체적으로 비애국자라고 몰아부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럼 현대적인 사례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우리나라보다 더 특수한 나라가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대만이죠. 알다시피 이스라엘은 40년동안 수차례나 전쟁을 겪었고, 지금도 무력충돌이 잦은 나라이고 대만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중국과 비교해서 국방력에 있어서 숫적, 질적으로도 뒤떨어집니다. 당나라 군대-사실 군기빠진 군대는 수나라 군대지 당나라 군대가 아닙니다-가 되어간다고 해도 북한에 비해 숫적, 질적으로 엄청난 우세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특수하죠. 그렇지만 이 두 나라 역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왜냐, '국가 안보'라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하나의 수단이지 민주주의를 초월하는 목표가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그런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 역시 제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 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이상 개인의 주장을 존중하고 보장해줘야 합니다. 그게 군국주의 국가랑 민주주의 국가의 차이점이에요.

  물론 시민의 권리와 의무가 충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역거부가 결국 그런경우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하는겁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대체복무제도에서 병역기간을 군인 대신 사회봉사요원으로 활동하는거지요. 병역의무가 시민의, 국가에 대한 봉사라고 볼 때 대체복무제도 역시 시민의 의무에 충분히 부합되는 거지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징병제를 시행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히 시행중인 제도지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인정된되면 현역 군인들이 모두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될 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개인의 양심을 증명할 방법이 없으며 군기피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요. 사실 '양심'이란 말은 19세기 일본이 'consience'를 한문으로 번역한건데, 엄밀히 말하면 '의식'이라고 번역하는게 올바르고,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는 어떤 이유-종교적인 이유던, 정치적인 이유던, 걍 가기 싫던-간에 개인이 병역의무를 지고 싶지 않다면 지고 싶지 않다는 거죠. 어쨌든간 해외 여러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한다고 해서 국방력에 구멍이 뚫린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고, 정말로 병역거부자가 속출해서 국가 안보에 문제가 생길 정도라면, 군대조직이라는 것 자체가 대내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겁니다.
    

by 렌덮밥 | 2009/11/13 17:31 | 미쳐가는 세상에서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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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axi Driver at 2009/11/26 20:21
좋은 글인데 댓글이 없네요. 사실 아주 긴 글도 아닌데...
외국의 사례들을 통해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Commented by 렌덮밥 at 2009/11/26 22:00
사실 밸리에 올리지도 않고, 제 이글루 자체도 사람이 별로 안와요.
일단 저건 전체적으로 제가 아는것만 이야기 한거고 심화해서 논의하면 밑천이 바닥난다는게 문제입니다^^;
Commented by fashion clothes at 2009/12/24 22:19
fashion clothes
Commented by anais anais perfume at 2010/01/03 00:00
anais anais perf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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